울트라모던
도시의 빈 공간, 그 여백의 실험
빈 공간은 어느 도시에나 있다. 산업시설이 사라진 미국 동부 지역에서는 빈 공간이 위기의 동의어로 여겨진다. 도시에 텅 빈, 혹은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 늘어나면, 기본적인 인프라 공급과 유지마저도 주민의 세금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오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빈 공간을 위기로 바라보는 인식은 매우 보편적이다. 현재 진행중인 많은 도시 계획들 역시 도시의 부동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빈 공간을 최대한 줄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빈 공간은 그저 부정적인 상태, 즉 토지와 건물이 경제적인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경제학자와 도시 계획 담당자들이 한 목소리로 비난하는 대상이 된다. 이들의 눈에 빈 공간이란 부동산 가격과 세금 정책, 다양한 인센티브와 부동산 시장 부양을 통해 없애야 하는 사회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도시의 빈 공간이 모두 세수 창출 용도(revenue-generating uses)로 개발되고 채워진다면, 그로 인해 도시의 거대한 잠재력이 빛을 잃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시는 빈 공간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집합성을 창조하는 대안적 도시 모델을 제시한다. 물론 이 도시도 부동산 투자를 마다하지는 않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건축가, 도시 계획 전문가, 문화 단체들이 지난 수십 년간 비어 있던 프로비던스의 빈 공간에서 새로운 주택 양식과 문화를 실험하고 있다. 낙후되었지만 많은 가능성을 품은 도시의 빈 공간, 그리고 이 여백의 공간(margin)에서 진행되는 실험은 때로 여백이야말로 도시 풍경의 진정한 특징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프로비던스의 대안적 도시 모델 실험은 일시적인 비효율 상태를 활용하여 도시의 참신한 미래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
DATE :
2019-09-07 ~
-
PLACE :
돈의문박물관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