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보행도시 / 뮤직시티 : 카입

음악과 함께 <청파동을 기억하는가>를 구성하는 시어들을 파편화하여 풍경(windchime)을 위한 바람받이를 설치하였다. 청파언덕 곳곳에 설치된 바람받이는, 텍스트를 시각화하고 바람을 매개로 하여 풍경(windchime)의 소리를 발생시킨다. 소리로 변환된 시가 청파동의 옛 기억을 환기시키는 가운데, 시의 이야기가 존재했을법한 공간을 떠올리며 만들어낸 음악은 풍경의 소리와 더해지고 관람객은 이 두 소리의 조합을 들으며 시의 이미지가 덧대어진 청파 언덕의 골목길을 거닐게 된다. 사라진 것들에 대한 기억은 잠시 머무는 바람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소리의 형태로 이곳을 스쳐간 여러 이야기들을 환기시킨다.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없지만 영원히 사라지는 것 역시 없다.

바람이 전해주는 기억 

일제가 용산을 군사 지역으로 삼으면서 조망이 좋은 청파동 언덕 위에 일본인 주택가를 조성했는데, 그 이후 여러 시간대 다양한 양식의 건물이 들어서면서 청파동은 많은 사건들이 만들어낸 풍경의 콜라주로 변해갔다. 이런 배경을 지닌 청파동 풍경이 만들어내는 정서는 최승자 시인의 <청파동을 기억하는가>에 잘 포착되어있다. 언덕을 따라 그물같이 뻗어있는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그의 시어가 실재화되어 펼쳐져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시를 떠올리며 골목길을 걷다 보니, 이곳의 풍경에 직접 반응하여 소리를 만들기보다, 텍스트가 상기시키는 풍경에 반응하여 소리를 만들고 그것이 다시 실제 풍경에 덧입혀지는 과정이 더 흥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파언덕 

서계동은 본래 푸르른 언덕이라는 뜻의 ‘청파’라는 지명을 사용했으나 일제 강점기에 한성부 서부 9방 중 하나인 반석방의 서쪽에 있다고 하여 서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905년 경성역이 들어서면서 역주변으로 시가지가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일본인 주택가가 들어섰고, 당시 지어졌던 적산가옥들이 마을 곳곳에 아직도 분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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